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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이은경
담쟁이 93x65cm 전통한지에 아크릴, 콘테 2017
STATEMENT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산지도 십 수 년이 되었건만 창밖의 풍경은 언제나 새롭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강과 산과 들이 오밀조밀한 우리나라 풍경은 시시각각 다채롭게 펼쳐진다. 빠르게 달리는 차안에서 나는 그 변화무쌍함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것이 늘 안타깝다.
담쟁이덩굴은 계절의 변화를 놓친 나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고속도로 변이나 골목길 담장, 도시주변의 풀숲, 가정집 화단을 가리지 않고 퍼져있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담쟁이의 이파리들은 바람에 살랑거리며 이렇게 속살거리는 듯하다. 변화무쌍함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고 담쟁에게도 일어나는 일상적인 것이며, 그런 소소한 변화가 모두 가치 있고 경이롭다고…….
담쟁이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양분이나 수분이 충분할 것 같지 않은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 마디에 맺힌 올챙이 발가락 같은 빨판으로 담벼락에 자리 잡은 후, 가지를 뻗고 순을 틔워 이파리를 넓적하게 키워낸다. 농부의 마디진 손처럼 굵어진 가지는 고속도로 변의 수십 미터 철책을 기어오르고 잎을 틔워 벽을 덮을 정도로 능력 있다. 생기발랄하고 반짝이는 담쟁이 이파리를 보면 유복한 집안의 도령마냥 선선하고 자신만만하여 고생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벽을 덮고 있는 무성한 이파리를 들추고 들여다보면 이리저리 엉킨 고생의 흔적들이 실핏줄같이 얽히어 울툭불툭 불거진다.

계절을 따라 담쟁이는 부지런히 싹을 티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단풍지며 겨울은 맞이한다. 낙엽이 지고 난 후 가지들은 앙상하다 못해 삭아버린 보푸라기 실밥같이 담벼락에 간신히 늘어붙어있다. 그렇게 말라비틀어져 다시 살아날까 싶지만 이듬해 봄이 오면 어김없이 생기를 되찾는다.

그런 담쟁이에게 나는 마음이 쓰인다.

이은경
BIOGRAPHY

Main career
백제예술대학 미술과 교수 역임

Education
미국 University od Florida 대학원 (미술사 석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양화 학사)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Exhibitions
개인전 4회
그룹전과 동문전등의 단체전 참여 100여회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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