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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와 나무꾼] 벽암 김정남 & 소명 류오현 2인전
2017. 10. 31 (Tue) - 11. 12 (Sun)​​​​​​​​​
벽암 김정남     소명 류오현

龍飛御天歌 34x48cm 한지 먹 2017
STATEMENT

전시회를 개최하며

이번 전시 주제는 『서예가와 나무꾼』이다.

‘선녀와 나무꾼’도 아니고 무슨 ‘서예가와 나무꾼’이란 말인가
착한 나무꾼(小木장인)은 천상의 서예가의 날개옷을 훔쳐,
서로 얽히게 되면서 작품이라는 아이를 낳아
이번 전시회에 선을 뵈게 되었습니다.

너무 귀한 자식(작품)들이죠
서로의 교감 속에서 태어나게 된 자식(작품)들입니다.
천상과 지상을 오가면서 나온 결과물이라
어떻게 보면 천상의 것과도 같고
어떻게 보면 지상의 것과도 같은 자식(작품)들이죠
그러나 지금 세속에 물들어 살고 있는 상황인지라
순수한 천상의 것을 그려내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름 고민을 하면서 이번 전시회를 마련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소명 류오현과 벽암 김정남의 만남은
그냥 아무 조건 없이 인생과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진지함 이라는
삶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만남이다.
인생의 삶 자체가 예술인지라 그 삶 속에서
각자의 방식에 따라 작품을 생산하여 그 결과물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소명은 소목(옻칠)으로 벽암은 서예로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렇게 소명과 벽암의 만남의 시작은 인간적인 교감에서 부터이다.
이 만남이 작품을 매개로하여 구체화되었고, 여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겉으로는 생소할 것이나 보이지 않게 서로는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를 찾아주신 관람객들과도 같이 교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벽암 김정남 작가노트

그동안 나는 두 차례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첫 번째는 서양문화의 중심지대인 이태리 로마 한국문화원 개원행사 초대전(‘16.10월)으로, 나의 작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응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리 것이 세계적으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다. 두 번째는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의 전시(’17.3월)로 나에게 또 다른 감동이었다. 전시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서예가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예술인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많은 서예계 중진뿐만 아니라 타 장르의 작가, 일반 대중들로부터 과분한 찬사를 받았고 더불어 다음의 전시가 기대된다는 소견을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여기에서 나는 기쁨과 더불어 서예의 가능성과 비젼을 가지게 되었고 우리 서예의 앞날에 대한 책임감까지 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서예와 타 장르예술인 소목(小木)과의 콜라보로 꾸몄다. 그동안은 서예라는 장르 안에서만 생각해왔는데, 이번에는 경계를 넘어 소목과의 접점을 찾고자 하였다. 공자는 “나의 도(道)는 한 가지 이치로 통한다(吾道一以貫之)”고 하였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피상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으나 결국에 하나로 통하는 도가 있다고 보는데, 서예와 소목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전시는 과연 서예가 소목과 어떻게 관계가 있고, 조화를 이루어 어떠한 미감을 발휘하며 사람들과 어떻게 교감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실험적인 전시를 시도하였다. 이에 따른 나의 작품 구성은 일부는 서예작품만, 일부는 서예와 소목을 합작한 작품을, 일부는 서예와 소목이 서로 독립적이면서 조화를 이루는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하였다. 소재적인 관점에서는 화선지를 소재로 한 작품과, 삼배와 모시를 소재로 한 독특한 질감과 미감을 표현하였고, 내용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춤꾼인 이매방 선생의 춤사위와 그가 평생 춤을 추면서 남겼던 말씀 중에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요절을 서예로 승화시키는 등 서예의 획 속에 모든 장르의 요소를 소화해 보려고 하였다. 서예의 획에는 우주를 품을 수 있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는 다양한 장르와 접목을 시도하여 서예의 깊이와 넓이를 포함한 확장 가능성을 계속 타진해 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는 언제나 나의 서예공부 기본 화두인 법고창신의 정신을 견지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계승되어 오고 있는 서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의미를 오늘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소화하여 이를 계승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나의 시도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중들과 괴리되어 서예인 자기들끼리 키 재기 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새로운 길을 향한 모색인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면 서예는 그리 단순한 예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서예는 몇 천년동안 역사성을 가진 예술로서 그 속에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철학적, 예술적 개념이 복합적으로 함축되어 있는 심오한 동양예술의 진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심오한 서예를 우리들의 좁은 소견 속에 가두어 현실과 괴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담론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에 개의치 않고 서예가 매력적인 예술이라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끼고 있기에, 이를 사람들과 같은 눈과 마음으로 공유하고 같이 놀고 싶어서 본 전시를 준비하였다.


소명 류오현 작가노트

“서예가와 목수”로 벽암과 소명이 만났다.
“전통서예의 붓글씨를 쓰는 서예가 벽암 김정남 선생님과 가구와 옻칠로 작품을 구성하는 목수 소명 류오현”

이번 작품들은 “질서와 혼돈”이라는 테마로 구성되었다.
서예가와 목수는 모두 자연에서 얻어지는 전통의 소재들로 작품을 구현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소명의 작품들은 나무를 깎고, 결합하고, 다시 칠하여 다듬고 다른 재료들을 융합하여 표현하는, 복합적인 작업 과정의 ‘혼돈’으로 표현할 수 있다.
반면 닥나무에서 얻어지는 한지와 송진에서 얻어지는 검은색 먹의 수묵으로 표현되는 벽암 김정남 선생님의 작품은 하양과 검정의 절제미와 정갈함, 전통의 여백의 미가 묻어나는 ‘질서’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혼돈의 재료들은 장인 정신으로 탄생한 하나의 작품인 ‘질서’로서, 질서정연한 서예는 복합적인 예술적 형상미로 다시 태어난다.

소명의 작품들은 자연에서 얻은 천연보물들로 구성된다.
수목의 생으로 태어나 죽어서 다시 가구라는 생명으로 태어나는 나무,
옻나무의 수액으로 얻어진 옻칠,
산과 들에서 채취한 돌에서 신비한 색을 내는 천연 무기광물질의 안료,
바다에서 어패류의 생명으로 탄생한 전복 껍질인 자개,
자연의 신비색인 나노색을 간직한, 산과 들에서 곤충의 생명으로서 얻어진 비단벌레 껍질.

특히 비단벌레는 대한민국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통일신라시대 왕족과 귀족들의 사치품인 공예, 예술품에 귀하게 사용했던 상징적 소재중 하나로 왕족들의 말안장과 귀걸이 금장식에 옻칠과 금을 함께 조합하여 사용한 신라의 천년 빛을 간직한 신비의 소재이다. 또한 일본에서도 “옥충”이라고 불리며 귀족들이 사용했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는 소재이다.

이런 소재들은 오랜 시간 실험을 거듭하고 여러 시도를 반복하는 공을 들이는 과정을 통해 수공예적 장인정신으로 융합되어 화폭과 형상으로서 하나의 소중한 작품으로 승화되어진다.

소명의 작품들은 장신정신의 특별함을 담고 있다.
목공예와 옻칠, 옻칠과 자개, 옻칠과 무기 광물질과 조합된 자연유색옻칠이 결합하면서 화폭과 형상에 한 땀 한 땀 담아내는 수작업은 때론 고단하고 힘든 시간들의 일상이지만, 이러한 긴 여정의 작업으로 탄생되는 작품이 가장 “한국적인 美”이고, 가장 “세계적인 美”임을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서 우리 것에 대한 특별함과 자긍심을 갖게 된다.

목공예와 옻칠 그리고 자개, 목공예와 황칠 그리고 천년 빛 비단벌레 조합이 만들어낸 작품들..
천년의 영롱한 옻빛을 발하고, 만년 빛을 자랑하는 황칠을 발하여 시각적 화폭과 형상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선조들이 남긴 한국인의 오랜 수공예적 장인정신의 유전적 DNA가 담겨져 있고, 또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것이다.
옛 것을 살려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된 감성을 결합하여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작업...
그러한 작업은 나의 소명이다.

ARTISTS

소명 류오현
벽암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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