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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개인전] 玄妙之靜 정채희의 칠화
2018. 10. 30 (Tue) - 11. 18(Sun)​​​​​​​​​​
정채희

서로다른 시선-섬 옻칠재료기법 2009
STATEMENT

玄妙之靜
정채희의 칠화


모든 옻칠작업이 그렇듯이 옻칠화는 기본적으로 칠하고, 붙이고, 갈아내는 무수한 반복 행위가 전제되는 지난한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옻칠화의 조형적인 요소 중 많은 부분을 전통기법에서 가져왔고 엄밀하게 말해서 일정부분은 수공예적인 기법들과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옻칠이 가진 최고의 미감을 끌어낼 수 있다. 게다가 많은 공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재료 자체의 특수성과 작업 과정 때문에 구조적으로 다작과 대작이 용의하지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이외 많은 불리한 조건은 아마도 현대 미술의 방향성과 대중성에는 역행하는 재료일 수도 있겠다.

이런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옻칠화를 즐기며 작업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옻칠이 가진 조형적인 가능성에 매료되었으며 작업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따르는 덕목인 수행과 같은 인내, 그리고 작업 결과에서의 편법이 통하지 않는 정직성 때문이기도 하다.
옻칠 작업은 천연재료를 다루는 일이므로 자신이 행한 만큼만의 결과로 보여진다. 과정상 한 치의 오차도 용납 되지 않는 정확함이 요구되는데 작업하는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집중하여야 비로소 옻칠 최고의 경지인 玄妙之靜-현묘한 이치-를 표현해 낼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옻칠에서 단순한 조형재료를 다루는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매력이기도 하다.

본인이 칠화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은 여러 옻칠 재료와 기법이 작품의 주제와 유기적으로 연결 되도록 하며 심상에 담아 놓았던 자연이나 사물의 형상들이 한 화면 안에서 조화롭게 표현되어 나타나는 것을 선호한다. 기법이 요구하는 기본 과정은 엄격히 지키되 그것을 운용하는 과정에서는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미 떠오른 이미지가 적절하게 표현될 방법을 결정하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작품 내용과 기법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하여 자칫 기법에 매몰되어 표현이 경직될 수도 있는 옻칠을 유연하게 이끌어 칠화 만이 나타낼 수 있는 특질을 살리고 다른 장르의 작업들과도 차별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01년 중앙미술학원 석사 졸업전을 시작으로 하여 칠화 작업을 한지도 올해로 어느덧 20년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그동안 나의 작업도 紫雲遊月, 서로 다른 시선, 산시리즈, 緣 시리즈 등 기법과 주제를 달리하며 꾸준히 변화를 모색해 왔다.
최근 작업에서는 옻칠에 다른 장르와 재료들을 접목해서 좀 더 자유로운 작업 방법으로 입체나 다른 장르와의 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옻칠의 고유한 특질을 보존하면서도 표현의 한계를 확장해 가는 방법을 탐구해 가고 있다.


정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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